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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기타/낙서장

사랑을 놓치다 (2006) / 추창민

by elanzin 2008. 4. 8.

사랑을 놓치다

한국, 2006, 118분

 

감독 :추창민

각본 :추창민,이정섭,정선주,이지선

촬영 :이기원

조명 :남진아

프로듀서 :백선희

 

출연 :설경구(용재),송윤아(연수),이기우(상식),이휘향(연수 모),장항선(아저씨)  

 

제작사 :시네마서비스,더픽쳐스팩토리

배급사 : 시네마서비스

[출처]사랑을 놓치다 (2006) / 추창민|작성자박강아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아파하는 마음을, 길고 조용하고 담담하게 표현한 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감성적인 음악은 이 감정을 더 심화시키는 듯 한데, 실상 나에겐 그러지 못했다.

  진짜 삶에서 묻어나오는 설경구의 진짜같은 연기와 송윤아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이 뚝뚝 떨어지는 감정선같은 영화에 내가 발을 딛도록 도와주었지만 너무 과잉되어 사용된 음악들은 이 배가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쁘게 만들어 버려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들을 수 있는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 바람이 흔드는 소리가 영화 속 음악들로 인해 묻혀버린다. 차라리 음악 없이 현장음 만으로 이루어졌더라면, 더 나았을 법한 장면들이 있다. 연수와 연수의 엄마가 죽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라든가, 연수가 응급실에서 엄마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흐르는 음악이 오히려 영화가 현실를 이질적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고 마음이 담담하고 또 차분해 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도, 짝사랑의 아픔도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슬픔이다. 감독은 이 슬픔들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들과는 대조적으로 영화 자체는 사실적이진 않지만, 감독이 담고자 한 진정성은 느껴진다. 그래서 나쁘지 않다.

 

  섬세하게 컷을 잡아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맘에 든다. 연수의 동물병원 앞에서 용재가 "자고 갈까" 라고 말하자, 연수는 "나 그거 잘 못해."라고 말하며 웃는다. 용재가 "관두자. 내가 미친 놈이다." 라고 말하며 실없이 웃자, 연수도 "장난치지마. 시합 때 갈게" 라고 말하며 용재의 어깨를 툭 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다음 컷이 바로 클로즈업으로 잡은 병원 문이다. 이 때 나는 클로즈업이 가지는 감정의 이입 효과를 느낀다. 연수의 아픔 그리고 용재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아파하는 걸까?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이 질문에 '사랑'을 대입시켜 놓고 우리에게 묻는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알다가도 모를 용재의 마음이 마지막에는 드러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늘 그 자리에 용재를 기다리며 있어주는 연수라는 여자의 인물상이다.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함을 그릴려면, 그 사람이 그 사랑을 깨닫기 전까진 늘 가슴 메이며 기다려주는 인물상은 항상 존재해 줘야 하는 걸까. 이것이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전통 방정식인 걸까. 나는 이 부분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가 가진 진정성의 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그것은 바로 윤수를 연기한 송윤아의 꾸미지 않은 옷차림과 화장기 없는 얼굴이다. 이는 여자가 화장할 때와 화장하지 않을 때 사이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화장기 없는 송윤아의 얼굴 뿐만 아니라 도시보다는 시골에 더 가까운 그녀의 옷차림 또한, 그녀가 가진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전달해 주는 면에서 효과적이었다. 송윤아의 분칠하지 않은 얼굴과 단장하지 않은 옷차람에서 연수의 외로움이 더 드러났고, 그녀의 담담함이 더 표현되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2001년의 윤수와 용재와 7년 전인 1994년 대학 시절의 윤수와 용재가 별로 구별되지 않게 보이는 분장과 의상이었다. 그래서 영화적인 사실감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영화를 보는 이를 흔들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시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후회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사랑을 놓치고 후회 한다면 그만큼 아프고 답답한 마음이 또 어디 있을까. 영화는 이 마음을 드러내어 때로는 담담하게 또 때로는 조용히 숨어서 우는 그런 방법으로 아파한다. 그래서 삶이 진저리가 나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나쁘지 않다.